새정치민주연합 당내 ‘문(재인)·안(철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가 거부한 혁신 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한 뒤 장고를 위한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문 대표를 향한 최후통첩이며 탈당 수순이란 말도 나옵니다.
며칠 전 같은 당 이종걸 원대대표는 아침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감동적인 사진을 기억한다.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목도리를 걸어주었다. 오늘 날이 찼다. 당은 더 냉랭하다.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주어야 한다.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 책임이 두 분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감동적 사진’이 무엇인지 단박에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저는 안철수 후보를 전담해 사진 취재를 하다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다시 전담하게 됐었지요. 유세 지원에 나선 안 전 대표가 노란목도리를 문 대표(당시 대선 후보)에게 메어주던 장면이었지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며 특히 지지자들에겐 더없이 감동적인 사진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정치 혹은 선거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진짜 사진의 힘은 즉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보다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수시로 호출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문·안은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대선 주자들이었습니다. 이후 여의도 밥을 3년 간 먹었습니다. 적당히 때가 탄 두 정치인은 가진 것이 많아졌습니다. ‘내려놓아야 얻는다’는 것은 이젠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격언처럼 들릴지도 모르지요.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목도리를 서로 둘러주기보다 한 목도리를 두고 자기가 메야한다고 당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3년 전 사진이 현실 정치의 갈등을 더 커 보이게 합니다.
여하튼 추억의 사진도, 정치도 생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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