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밥을 꾸역꾸역 먹다보니 촉이라는 게 생겨 ‘뭔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일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석했습니다.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최 부총리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촉이라는 게 발동했습니다. ‘음~ ‘설전’이 예상되는군.’
사실 이날 사진으로는 중요도가 밀린다고 판단해 부총리 발언 사진 몇 컷만 신속히 찍고 회의장을 떠나려 했지요. 발언 기회를 잡은 최 부총리가 작심한 듯 뱉은 말에 결국 설전을 불렀습니다. 부총리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지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7~8년째 발목 잡힌 법이다. 이런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냐. 합리성을 따져보고 결론을 내야지 무작정 시간을 끄는 건 정부로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윽박같은 부총리의 말투에 몇몇 야당 의원 표정은 ‘완전 어이없다’로 변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최 부총리를 향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하는 말 같다. 착각하는 것 같은데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야당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산회가 선포된 뒤 최 부총리가 웃으며 야당 의원석으로 다가가 김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김 의원과 다시 붙은 잠깐의 설전 중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최 부총리. ‘찰나의 삿대질’을 놓쳤지만 돌아서는 표정은 사진에 담겼습니다. 화가 잔뜩 새겨져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이 정도의 위세를 자랑하는 국무위원은 없지요.
부총리가 말한 ‘발목 잡힌 7~8년’의 기간에 그 역시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발목 잡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이지만 부총리의 자리에서 보니 다른 모양이지요. ‘난 로맨스, 넌 불륜’ 뭐 이런 건가요. 국회로 복귀한다지요.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조직원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곧 돌아오는 ‘친박 실세’ ‘진박(진실한 친박) 성골’ 부총리의 태도를 지적하는 새누리당 의원은 없었습니다.
이날 설전이 뉴스가 되었지요. 나름 어설픈 촉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최 부총리의 ‘버럭’이 그냥 버릇이 아닌 정치 또는 뉴스 감각이라면 정말 노련한 정치인입니다. 신문에 쓸 일 있겠나 싶은 현장에서 안 쓰면 안 될 사진(또는 기사)을 생산하게 하는 그런 능력자라는 말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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