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2일자 1면 사진 얘깁니다. 가십 같은 사진이지만 눈에 익숙한 관행적인 사진이 아니라서 1면에 골라 쓴 것 같습니다. 지면에 쓸까 싶었지만,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마감한 사진이었지요.
설명을 하자면 이날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었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들이 유 내정자가 머물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기자들이 소감과 경제정책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답이 이어지던 중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인사청문회 준비 등을 이유로 사무실을 찾아와 기다렸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유 내정자와 기재부 간부들의 자연스러운 악수 모습을 담으려 파인더를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유 내정자의 보좌진은 이어지는 기재부 간부들과의 일정을 위해 기자들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거듭 협조를 구했습니다. 이때 성질 급한 사진기자가 한쪽에 선 기재부 간부들에게 “가운데로 오셔서 악수 한 번 해주세요”라 부탁했습니다. 유 후보자가 악수하자며 옆으로 오라 손짓했지만 송언석 차관 등 간부들이 일제히 손사래를 쳤습니다. 내정자 신분이라 악수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사진은 바로 그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정치인의 가벼운 악수에 비해 정부 관료들의 조심스런 ‘악수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사진설명에 이런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쓰진 않았지만 게재된 사진이 찍힌 상황에는 사진기자가 어느 정도 개입이 됐던 것이지요.
앞서 오전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장에는 안 의원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황주홍, 문병호, 김동철, 유성엽 의원이 동석했습니다. 함께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겠지요. 회견이 끝난 뒤 역시 한 급한 사진기자가 함께 손잡고 포즈 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순간이었지만 ‘주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상되는 사진 제목은 ‘안철수와 손잡은 탈당파 의원들’ 정도. ‘손을 잡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사진으로 남습니다. 만약 누군가 다른 셈법으로, 예를 들어 ‘간을 보는’ 상태였다면 손잡는 모습을 내보이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손잡다’는 행위와 말의 중의성이 그 이유겠지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언행에 예민한 시기입니다. 사실 정치판이 순조롭게 돌아갈 땐 알아서들 손잡고 포즈를 취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연말에 여야가 싸우고, 총선을 앞두고 당 내부가 시끄럽다보니 “악수해 달라”는 말이 정치인들에겐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왜 사진기자는 그렇게 악수를 좋아할까요? 악수를 위한 변명을 해야겠습니다. 현재 저희 신문은 악수사진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악수사진에 집중을 합니다. 일단 악수는 주로 앉아서 말하는 정적인 사진이 대부분인 국회에서 드물게 동적인 사진입니다. 또 악수는 주요 인물들을 앵글 안으로 모으는 효과가 있습니다. 흩어져 있으면 어수선한 앵글이 되고 말지요. 악수를 하는 동안 인물들의 관계도 드러납니다. 숨길 수 없는 시선과 표정이 보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이 악수 그 자체보다 악수 전후 상황을 주시합니다.
맥락에 관계없이 무턱대고 악수를 요청하는 건 일종의 개입이자 연출이 아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악수 한 번 해주시죠?”라고 먼저 말해 주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연출하는 직업인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 연출 혐의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긴 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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