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지난 25일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나란히 입장해 자리했습니다. 새누리당 인사, 정부측 인사, 전경련 인사와 대기업 사장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큰 회의의 시작은 대게 그렇듯 국민의례로 시작됩니다. 사회는 전경련 임원이 맡았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바로...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는데 김무성 대표가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사회자를 손으로 가리킵니다. 정확한 멘트는 잊었지만 그 상황을 말을 만들면 “사회를 그렇게 보면 되나. 국가가 상중인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묵념은 해야지” 정도. 사회자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묵념.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자처하는 김 대표에게 묵념은 예민하게 챙겨야 할 형식이었습니다. 전경련 측 식순은 그 나름의 관행대로 정했을 텐데 거기다가 무안 주듯 묵념을 강요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여당과 재계의 관계, 차기 유력 대선주자와 전경련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여러 정치인들이 ‘YS의 정치적 적자’를 자처하니 한 치의 꼬투리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계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취재진 많은 자리에서 면박주지 않고 취재진이 빠진 뒤 비공개 회의 때 혹은 간담회가 끝난 뒤 슬쩍 말을 건넸다면 ‘슬픈 아들’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정치인들은 큰 선배 정치인의 죽음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구나 싶어 씁쓸합니다. 그것이 정치의 생리일지라도 말이지요. ‘빈소 정치’라고 하더군요. 뉘앙스부터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상에 순수함이란 게 남아있나’ ‘정치인에게 순수를 바란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그 속에 몸담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정치인은 자리가 높아갈수록 말과 행동은 더 정치적이 됩니다. 진정성은 좀처럼 읽히지 않습니다. 언론의 문제일까요. 진정성이 결여된 채 ‘정치적’이기만 한 언행은 결국 더 큰 자리로 가려는 정치인에게 덫이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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