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상계동 한 아파트 경로당.
노원 병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방문을 할 예정이었지요.
널찍한 방으로 들어선 어르신들이 벽을 따라 'ㄱ'자로 놓인 의자에 앉았습니다.
한 할머니가 "고생많다"며 아들뻘 혹은 손주뻘 쯤 되는 기자들에게 요구르트와 마가렛트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안 전 교수의 방문일정이 늦어지자,
한 고참 기자가 "어이 막내, 노래 한 곡 하지?"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소박하고 정이 있는 간식에 대한 답례이자, 어르신들이 마냥 기다려 무료해지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 공경의 마음이었다고 믿습니다.
할머니들의 박자 맞추는 박수는 이미 시작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젤 막내 기자가 망설이는 동안 허겁지겁 뒤늦게 등장한 더 막내 기자, 노컷뉴스 송은석.
"막내 노래 해야지?"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습니다.
송은석 기자 카메라를 놓고 일어나더니,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머뭇거림 없이 '남행열차'를 부릅니다.
'망설이지 않음'은 사진기자의 주요 덕목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
춤도 곁들여 집니다.
노래보다 반 박자씩 뒤 따라가는 춤.
어르신들은 신이 났습니다.
노래와 엇박자의 춤으로 엉거주춤 어르신들에 다가가는 송 기자는 세련된 매너로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 줍니다.
잘 불러서, 준비가 돼서 부른 노래와 춤은 아니었습니다.
그 용기에 동료들도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창 안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볕이 방안 가득 웃음과 버무려 졌습니다.
흥겨운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 전에 안 전 교수가 방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할머니들은 뜨겁게 안 전 교수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안철수 전 교수는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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