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충청도엔 비가 내립니다. 취재차량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비가 완전히 멈춰야 시도할 수 있는 사진이지요.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조금 전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는 동안 비가 그쳐 살짝 산책 후 찍어볼까 했더니 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차에 앉아 차창을 때리는 비를 바라봤습니다. 창에 맺히는 빗방울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물을 보충하듯, 본의 아니게 ‘길게 바라봐야하는 비’는 내게 부족한 '무엇'을 채우려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작은 빗방울들이 주위의 자연을 품었습니다. 빛을 받은 무수한 물방울이 반짝이는 게 ‘별’ 같습니다. 물방울이 부풀어 차창을 타고 흘러내릴 때 긴 꼬리를 끌며 떨어지는 ‘유성우’를 떠올립니다. 유성이 비고 비가 유성인 것이지요. 땅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다시 떨어져 내리는 이 경이로운 순환을 우주에 연결하는 것이 그리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 안에서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차장에 맺힌 빗방울을 이래저래 찍습니다. 어떤 질서와 리듬이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반복이지만 단 한 장도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당연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이렇게 글로 써가며 고개 끄덕이는 것도 ‘이 순간’의 배움이다 우깁니다.
신문에 쓸 일 없는 이런 사진에 자주 끌립니다.
비를 보다보다 지겨워서 이 글을 씁니다.
그칠 듯하던 비가 계속 내립니다.
+낮에 쓴 글을 사진과 함께 경북 김천의 어느 모텔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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