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금세 지났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취재가 있습니다. 수능시험이 그렇구요. 또 하나가 특전사 ‘설한지 극복 훈련’ 취재입니다. 수능처럼 이 훈련도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 세월의 흐름을 아프게 확인시켜 줍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가 특전사 취재를 명~받았습니다. 2년 연속이자 네 번째 취재입니다. 강원도 평창을 향해 해가 뜨지도 않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어떻게 다르게 찍을까?’하고 작년에도 했음직한 고민을 했습니다.
군부대 특성상 이런류의 취재는 수십 개의 매체들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제게 좋아 보이는 그림은 타사 기자의 눈에도 그리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거의 비슷한 그림이 각 신문의 지면에 반영되곤 합니다. 타사가 일제히 쓴 사진을 저도 찍어 게재했다면 물 먹지는 않았다며 위로할 수 있겠으나, 다르게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게 마련입니다. 군도 매년 같은 그림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지만, 결국 ‘웃통을 벗고 눈을 뿌려대는’ 화끈한 그림을 따라잡을 사진을 얻기는 힘들지요.
‘다른 사진...’을 되뇌며 잠이 들었습니다. 취재차량이 영동고속도로와 마찰하며 만드는 잔잔한 흔들림은 잠을 부르지요. 한 시간여 잤을까. 잠과 잠이 깨는 사이의 애매한 공간에서 뜬금없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같은 그림이건 다른 그림이건 오로지 ‘그림’에 집착하고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지요. 내가 원하는 ‘좋은 그림’과 ‘좋은 사진’ 사이에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뭔가 살짝 괜찮은 발견을 한 듯 덜 깬 잠 속에서 흐뭇해했지요. “그림, 그림!”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그림이 건네는 메시지에 대한 고민은 늘 그렇듯 외면당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군의 훈련 사진이 어떻게 읽힐까. 누군가는 분단의 아픔으로, 입대를 앞둔 이에겐 끔찍함으로, 제대한 이에게는 좋든 싫든 추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전쟁의 공포로 읽힐 수도 있겠지요. 너무나 명징해 보이는 사진이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이 갖는 모호성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머릿속을 휘젓던 잡다한 생각은 평창의 찬바람에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와 다르지 않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저 그림에 집착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찜찜한 미련을 남겼습니다. 예상대로 다음날 비슷한 장면의 사진들이 일제히 각 사 지면에 실렸습니다. 제게 그 사진들은 이렇게 읽혔습니다.
‘으~~~ 춥겠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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