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관객 1억 배우’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배우 오달수’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였습니다. 라운드인터뷰는 4~5개 매체를 묶어서 동시에 진행하는 집단인터븁니다. 인터뷰하려는 매체가 무지 많기 때문이지요.
대게 1시간쯤 진행되는 인터뷰에 앞서 4~5개 매체의 사진기자들도 무리지어 사진을 찍습니다. 10분쯤 시간이 주어집니다. 각기 조금씩 다른 위치에 선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배우가 시선을 골고루 주는 식이지요. 저같은 경우 대체로 시간에 쫓기며 말없이 찍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관계가 지워지고 셔터소리만 가득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그저 카메라가 되어버렸구나'하는 자괴감도 살짝 들지요.
제 나름의 요구와 표현으로 다시말해 '1대1'로 찍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부실한 결과물’에 변명과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인 권혁재 선배를 만났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분입니다. 제겐 늘 배움을 주는 형님이시죠. 사진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철철 넘쳐 바닥이 흥건해지는 그런 분이지요. ^^ 사진을 찍는 대상에 대한 이해와 배려뿐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사진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인터뷰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걸 엮는 책 <권혁재의 비하인드>(동아시아)를 보면 인터뷰이 뿐 아니라 ‘그’가 또렷이 드러납니다.
권선배의 현장 태도에 주목했습니다. 이미 잘 찍기 힘든 현장 상황으로 합리화의 구실을 중얼대고 있는 저와 달랐던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함께 사진을 찍는 후배들을 배려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배우가 조금씩 배경을 바꾸는 그 짧은 틈에 오달수라는 배우 특유의 '개성’을 끌어내려 했습니다. 싱겁운 농담 같은 말(정확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지만)을 붙였지만 해석된 자신의 시선으로 표현할 모습을 편하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제가 말했다면 “조금만 더 밝게요” 정도였을 겁니다. ‘배우는 일단 잘나 보이게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저와 대상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른 것이지요. 그가 추구하는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렵지요. 멋있어 보이도록 찍는 게 어쩌면 가장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조건에 대한 아쉬움이야 저와 권선배가 다를 리 없겠지요. 저는 사진찍기 좋은 조건이 아닌 상황을 탓하고 핑계를 찾지만, 그는 극복하고 해결하려 했습니다. 겸손한 그는 손사래 치겠지만, 제겐 그리 보였습니다. 그 상황에 조명도 적당한 위치에 미리 설치해뒀더군요. 그렇게 또 한 수 배우는 겁니다.
오달수를 찍다말고 거울에 비친 사진 찍는 권선배를 몇 컷 담았습니다. 그 순간 제겐 1억 배우보다 그가 더 빛나보였던 겁니다.
“한 시간씩 찍는다고 좋은 사진 찍는 것도 아니더라” 카페를 나서며 그가 툭 던진 말입니다. 그만큼 집중하고 노력했느냐는 질문으로 제게 돌아왔습니다. 사진찍는 환경을 탓하고 변명과 합리화에 익숙한 저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쓰다 보니, '비하인드' 권혁재편이 돼버렸네요. '몰카'를 부디 용서하시길.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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