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이 가능 하십니까?'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내 사무실에 딸린 화장실 변기 앞에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와튼스쿨 최고 인기강의를 모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와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 정책토론회 책자.
책 사이사이에는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고, 페이지마다 형광펜으로 그은 밑줄이 가득 했습니다.
분 단위의 시간을 쪼개 생활한다는 최재천 의원은 화장실에 머무는 몇 분을 아껴 책을 읽습니다.
방해받지 않고 홀로있는 공간에서 집중이야 잘 되겠지만, 책들을 보아하니 '쾌변'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한 달 전쯤 대법관 청문회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최재천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서가를 찍으러 갔었지요. '의원들의 서가'라는 경향신문 토요판 기획이었지요.
의원회관에 입주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책장 정리가 덜 되어 있었습니다.
보좌관의 도움으로 책장에 책을 채워 넣고, 화장실, 회의 탁자 위, 책상 위 등 곳곳에 있는 책을 조금씩 옮겨가며 몇 컷 씩 찍었습니다.
이때 방에 들어온 비서관의 낯빛이 변했습니다.
"의원님 허락을 받았나요?"
"알고 계실겁니다"라고 답했지만,
질문은 '책을 옮겨도 된다는 허락'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안내하던 보좌관이 "원래 있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고 하자,
직원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방을 나갔습니다.
의원실 내에 앉아서 머물수 있는 모든 곳에 각각 다른 책들이 손을 뻗어 닿을 거리에 정확히 놓여 있다는 군요. 그저 쌓여 있는 것 같은 책들이 나름 주인이 부여한 질서에 따라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포스트잇이 가득 붙은 채로.
'이거 괜히 의원실 직원들이 혼나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살짝 되었지요.
이때 계획에 없던 최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청문회 정회 중 잠시 의원실에 들른 것이지요.
정치부 기자가 이미 설명했을 취지를 다시 설명드리고 책장 앞에서 포즈를 부탁했습니다.
분위기 좋아지는 틈을 타 "의원님 제가 사진을 위해 책을 좀 옮겼습니다"하고 실토를 했지요.
넉넉한 웃음으로 저와 의원실 보좌진들의 걱정을 일거에 제거해 주었습니다.
멋진 포즈와 함께.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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