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었습니다. 양복 차림이었으니 집에서나 신는 홈패션의 일환은 아니었지요. 거실 바닥에 깔아 놓은 두툼한 러그 속으로 발을 넣었다 뺐다 하는 동안 제 눈에 띄었습니다. 찍었냐구요? 눈으로만 봤습니다. ^^ 강지원 변호사. 그는 정책중심선거로 기존 정치판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와 0.2% 득표해 낙선했지요. 강 변호사와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부부를 만났습니다.
부부는 삼청동 한옥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까지 40평 남짓 되는 아담한 한옥에서 지난 2년간 월세로 살았다는 군요. 밖으로 난 창과 문에는 큼직한 비닐을 덮어 새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고 있었습니다. 덧 댄 비닐과 구멍 난 양말로 이 부부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짐작하는 것은 오버입니까? ^^
유머와 호탕한 웃음을 가진 강 변호사와 수줍은 미소와 차분한 말투의 김 전 위원장은 달라서 더 어울려 보였습니다. 웃는 얼굴은 많이 닮았습니다. 차 한 잔 마시며 부부의 대화를 듣는 동안 사진 찍기 전 가졌던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아저씨, 아주머니 같이 반갑고 편안했습니다. 부부의 내공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진 찍던 중 빛이 들어온다며 평상을 직접 옮기는 부부.
“손잡아 달라”는 주문에 덥석 부인의 손을 잡는 강 변호사. 사실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반응을 걱정했습니다. 거실, 마당, 대문 앞,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았습니다.
처음 삼청동 자택에 들어설 때 환한 웃음으로 맞아 주는 부부를 보며 좀 미안했습니다. 대선 후보를 담당한 사진기자로 선거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강 전 후보를 찍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또 그리 살아갈 이 부부를 위해 기념사진을 좀 남겨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괜히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변호사님, 위원장님 "행쇼~"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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