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쓴다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사고가 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몇 줄 씁니다. 기록되어야 기억된다는 믿음으로.
진도에 머무는 동안 사고해역과 가까운 팽목항에서 5km쯤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진도 앞바다의 소박한 만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에 있는 펜션이었습니다. 매일 밤 지쳐서 돌아왔습니다. 같은 바다를 앞에 두고 팽목항의 ‘아비규환’과 숙소에서 느껴지는 ‘적막’. 그 간극이 참 묘했고, 휴가 때나 올 법한 펜션이라는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밥과 급한 술 몇 잔 삼키고 잠을 청했습니다. 잠에 빠져드는 어느 지점에서 ‘이건 꿈이다’라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면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제발 꿈이길···’하고 다시 외쳤습니다. 누운 채 서서히 눈을 떠 마주보이는 펜션의 낯선 천장이 ‘이것은 현실이라고’ 잔인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나고 나흘 뒤인 20일부터 엿새간 진도에 머물렀습니다. 희생자의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지내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오갔습니다. ‘피울음’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말과 글로 표현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밴 통곡은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모습을 찍는 순간에도, 골라낸 사진에 설명과 제목을 달 때에도 수시로 울컥하고 울음이 올라왔습니다. 주위 동료들의 눈시울도 수시로 붉어졌습니다.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무너지는 가슴 앞에서 카메라의 무게는 평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고 그 고통과 아픔을 담는 것이 사진기자의 일이라는 게 참 싫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고, 현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취재경쟁 속에서 가슴이 시커멓게 타버린 가족들을 그저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았는지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카메라의 잔인성에 대한 생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심리 상담 전문가가 욕하면 받아주고, 때리면 맞고, 울면 같이 울고, 가만히 손 잡아주는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하더군요. 거리를 두고 조심스러워만 했지, 가족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줄 ‘공감’의 여유는 전무했던 것이지요. 큰 현장에서 사진기자에겐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함께 고민해 볼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가눌 수 없는 아픔을 향해 눌렀던 무례한 셔터에 상처받았을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꽃 같은 아이들이 2014년 꽃피던 봄에 허무하고 아프게 져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다짐하기 위해, 두 장의 사진을 이 글과 함께 블로그에 남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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