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기억하겠습니다. 안철수 후보'

나이스가이V 2012. 11. 26. 14:25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는 안철수 후보의 회견 첫 마디가 떨어지자, 기자들 사이에서 "아~"하고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안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 한다는 문자메시지가 30분 전에 들어왔고, 앞대리인을 통한 단일화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한 터라 다시 '직접 나서서 담판을 하겠다'는 정도의 회견을 생각했었지요.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듣고도 순간 귀를 의심하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동료 기자들의 움직임이 무척 빨라졌습니다. 취재기자들의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 사진기자의 셔터 소리도 분주해져 회견의 무게감을 꿈에서 깨듯 알게 됐지요.

 

만감이 교차했을 안 후보는 선언문을 읽어가다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울먹였습니다. 여기저기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자였는지 지지자였는지 캠프 관계자 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게 뭡니까. 절대 안됩니다. 후보님~!"하는 외침도 들려 왔습니다. 캠프를 떠나며 자신을 위해 몸 아끼지 않고 뛰어준 캠프 관계자를 한 명 씩 안았습니다. 눈물을 꾹 참았던 안 후보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두 달을 따라다니며 안 후보를 사진으로 기록했던 저는 좀 허탈해 졌습니다. 동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요뷰파인더로 누군가를 오랜 시간 들여다 보면 그 대상에 대한 '정'이 생긴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상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좋은 사진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지요. 기자이기 전에 유권자로서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크게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 생각하실 테지만 '안철수'라 할 수 있었던 결단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했던 '정치실험' '진심의 정치'는 기존 정치판을 흔들었고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지요.

 

"새로운 정치를 위해 가시밭길이라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다"고 했으니,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지요.

지난 60여 일 간의 취재가 오래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신문에 게재하지 못한 안철수 후보의 B컷 사진 몇 장 올립니다.

  

 

10월3일 전남대불 산단. 업체 대표가 안 후보를 위해 안전모를 준비했으나, 안전모가 작아서 다른 것으로 다시 씌워주었지요. ^^

 

 

10월5일 완주 로컬푸드 집하장. 파를 쓰다듬다가 기자들의 요구에 쑥스럽게 파를 집어 들었지요.

 

 

10월1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거울보며 방진복 갈아입는 안철수 후보.

 

 

"후보님 여기 한 번 봐주세요"하자 포즈를 취합니다. ^^

 

 

10월17일 부천테크노파크.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정책제안 등을 받아쓰는 안철수 후보. 펜을 잡는 모습이 특이하죠.

 

 

10월19일 대관령파출소 앞.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어린아이를 얼르고 있습니다.

 

 

10월26일 통영 동피랑 마을. 날개 벽화 앞에서 팔을 뻗었지요.

 

 

날개가 돋은 듯 하지요? ^^ 기다렸다 날개를 달아 드렸지요.

 

그리 쑥스러워 하시더니,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지 캠프에 크게 인화해 걸었습니다.

 

 

10월30일 마포영유아통합지원 센터. 기념촬영 중 아이에게 입을 맞추는 후보. 

 

 

11월4일 광주 충장로. 궁전제과에서 시민과 번개 만남을 한 안철수 후보가 밖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해 손을 흔듭니다.

 

 

11월5일 광주의 한 노인복지관. 한 노인이 잘 안보인다며 일어서서 얘기해 달라고 하자, "네~"하고 일어나 천진하게 웃습니다.

 

 

11월5일 전남대 강연. 문재인 후보에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안철수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에 답하고 있습니다.

이후로 두 주먹을 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감동한 한 아주머니가 안 후보의 손에 볼을 비빕니다.

 

 

11월23일 서울 공평동 캠프.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울먹입니다.

 

 

11월23일 캠프 떠나며 눈물 짓는 후보.

 

 

10월19일 강릉의 한 식당,  옆 자리에 앉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한 식사에서

"(후보 앞을 막는 일이 많은) 사진기자들 때문에 힘드시죠?"하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처음에는 카메라라는 기계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는데요. 이제는 카메라 뒤에 있는 기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카메라 뒤에 수 많은 국민들의 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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