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고마워요 샤이니월드"

나이스가이V 2014. 12. 31. 20:47

지난 12일 제 블로그에 비밀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이 잘 붙지 않는 블로그라 댓글이 표시되면 설렙니다. 제법 긴 댓글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뭉클해졌습니다.


“···몇 달 전 세월호 희생자이자 그룹 샤이니의 팬이었던 다영양의 이야기를 기자님 블로그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글에 다영양이 사고나기 전 샤이니의 공연도 보러 갔다고 하셨었지요? 제 짐작으로는 다영양이 본 공연이 올 초 3월 7일~8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었던 샤이니의 콘서트였을 것 같아요. 저도 갔던 공연인지라, 비록 다영양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환호하고 노래 불렀을 다영양을 생각하며 눈물이 났더랬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남기는 건 다름이 아니오라, 다영양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콘서트의 라이브 실황 앨범이 어제 발매되었어요. 그런데 이 앨범에 노래하는 샤이니의 목소리 뿐 아니라 샤이니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는(떼창이라고 하죠) 팬들의 목소리도 꽤 많이 담겨있답니다. 특히 이번엔 당시 팬들이 샤이니에게 무반주로 노래를 불러주었던 이벤트를 아예 하나의 개별적인 트랙, sung by SHINee WORLD(샤이니월드는 샤이니 팬클럽의 이름입니다)로 만들어 앨범에 히든트랙으로 실었다고 해요. 물론 만 여명에 이르는 관객들이 다함께 부른 노래라 한명 한명의 목소리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이 안에 다영이의 목소리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다영이 부모님께서도 이 앨범을 들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건 샤이니 팬이 아니면 모르는 소식이라 다영이와 아주 친했던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부모님께 챙겨드릴 수 없는 부분이기에 마음이 쓰이네요. 그래서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앨범 2장을(하나는 다영이가 잠들어 있는 곳에 전에 받은 샤이니 싸인CD와 함께 기념으로 놓아둘 수 있도록, 또 다른 한 장은 부모님께서 댁에 두고 언제든 들으실 수 있도록) 다영이 부모님께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곧 크리스마스도 찾아오는데 부모님들께서 다영이 목소리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나마 들어있는 앨범으로 추운 겨울을 달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댓글에는 이름도 연락처도 없이 메일만 남겨 놓았습니다. 다영양 아버지께 앨범을 보낼 주소를 물어 답 메일을 보내며 세월호의 기억과 가족 위로를 위해 이 사연을 기사화해도 되겠는지 물었습니다. 일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아이돌 팬의 괜한 생색내기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이 일로 인해 지난 봄 잔인했던 세월호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되살려 볼 수 있다면, 그래서 희생자 및 유가족분들께 위로가 된다면 제가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라고 답해왔습니다. 사연은 ‘세월호 가족 울린 샤이니 CD 성탄 선물’(경향신문2014.12.25일자 11면, 조형국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습니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였습니다. 다영양과 부모님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겠지요.

   

선행의 완성은 드러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연을 얘기하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겁니다. 팍팍한 세상에 숨통이 조금 트이지 않습니까. 2014년의 마지막 날 훈훈한 사연으로 올해 블로그를 마감해 참 좋습니다.

  

샤이니와 샤이니월드 팬들에게 블로그를 통해 감사인사 전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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