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등을 넣어둔 개인 장비 캐비닛 앞에 붙어있는 제 사진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4년 초 태백의 한 탄광의 갱도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같은 자리에 적어도 10년 이상은 붙어있었을 텐데 한참 들여다보기는 처음이었지요. 등잔 밑이 어둡고 곁에 있는 사람이 귀한 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캐비닛이 바뀌고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질 때도 이 사진은 꼬박꼬박 챙겨 그 자리에 붙였습니다. A4지에 출력한 사진인데 빛이 많이 바랬습니다. 세월이 한 장의 종이에도 내려앉았습니다. 컬러사진으로 기억하는데 색이 빠져나갔는지 흑백사진으로 보입니다. 옛 기억은 흑백이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간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그림 속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갱도 끝 막장까지 내려갔다 막 올라 왔었지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