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찍느냐 마느냐

나이스가이V 2014. 10. 10. 09:55

지난 달 21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린다는 내용의 일정 보고에 데스크는 망설였습니다. 이런 행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신문의 편집 방향에 비춰 게재 확률은 떨어지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삐라 살포에 왕복 두 시간 이상 거리는 빠듯한 취재인력에 데스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지면에 사진으로 쓴다 해도 이 단체가 의도하는 정치적 메시지만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도 고려되는 부분입니다.

 

몇 차례 대북전단 취재를 해본 제 경험으로는 풍선에 매단 전단을 정확히 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보다 행사에 대한 언론의 주목에 더 의미를 두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그러하듯 조직의 존재와 사업 내용을 알리기 위해 언론의 취재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지요.

 

북한이 전단을 날리는 곳에 대해 타격을 가하겠다고 한 것이 데스크가 취재 지시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실제로 타격을 했다면 이보다 큰 뉴스의 현장은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무사히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데스크는 저를 향해 종군기자운운하기도 했답니다.

 

사진 정보에 대해 취재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취재했다면 신문에 게재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각도로 고려합니다. 결론적으로 대북전단에 대한 사진 취재는 했고 신문에 쓰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종이신문의 기준으로 볼 때 지극히 자연스럽고 여전히 유효한 과정입니다. 뉴스의 선택에 신문의 가치와 문화가 개입하고 또 지면의 한계도 있기에 선택은 피할 수 없지요. 하지만 온라인 쪽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북전단이라는 단어는 행사 전후로 포털 인기 검색어에 순위에 올랐고, 온라인 뉴스 담당기자는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게다가 마감용으로 전송을 보낸 사진은 신문 게재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사진뉴스의 형태로 인터넷 상에 떠돕니다. 이정도 되면 취재와 게재에 대한 망설임이 부질없지요.

 

서북청년단 재건을 주장하는 이들이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을 떼겠다며 부린 소란과 세월호 단식장 앞에서 벌인 일베의 야만적 폭식투쟁 퍼포먼스도 사진취재 앞에선 데스크를 고민하게 합니다. 언론이 취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의견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몇몇 언론이 취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묻히지 않고 논란을 일으킬 사안이라면 적극적으로 다루고 성숙한 독자와 시민의 상식에 맡겨버려도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일이 많아지겠지요? ^^

 

취재 여부의 문제는 차치하고 요즘 온라인으로 중심이 상당히 이동한 매체 환경에서 사진이 참 흔하고 가벼워졌다(저도 그런 가벼움에 일조를 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정된 지면에 나름 고민의 산물로 살아남은 한 장의 사진이 새삼 귀하게 여겨집니다. 또 종이신문이건 온라인이건 사진을 찍고 그 이후의 작용까지 내다보는 세심함이 더 절실한 요즘이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글을 써놓고 보니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 서서 이도 저도 아닌 혹은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인 저의 혼란스런 위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포스팅하는 오늘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다시 대북전단을 살포한다네요. 데스크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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