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트래블) 출장지 여수를 돌아다니며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수없이 흥얼거렸습니다. 그렇게 들어도 이어지는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여~수 밤바다~~” 딱 고까지만 반복했지요. 더위에 지쳐 몸이 무거운데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는 리듬과 가사. 대중가요의 힘이지요. 잠깐 잊었다 싶으면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됩니다. 환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노래 탓인지 여수는 밤바다를 피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또 사진 찍었을 밤바다.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바다와 구도심의 야경을 찍을 요량으로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해가 지고 깜깜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요. 어두워져가는 여수 앞바다를 보며 셔터를 수시로 눌렀습니다. 어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두움에도 종류가 참 여러가지다, 하는 생각이 들지요. 가장 적절한 분위기의 야경 사진을 얻기 위해 각각의 어둠마다 셔터를 눌러놔야 했습니다.
한 컷 찍을 때마다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했습니다. 노출이 부족해 까맣게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말을 겁니다. ‘내가 밤바다야.’ 문득 밤의 바다라는 것은 그저 어두운 것이 실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빛이 있다면 수면 위로 드리워지는 달빛 정도겠지요.
+아래 사진을 잘 보시면 밤바다가 보입니다 ^^
'그렇다면 지금 찍고 있는 야경 사진은 바다를 둘러싼 각종 인공의 빛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낭만의 밤바다가 실은 섬과 다리에 설치된 조명이 쏟아내는 알록달록한 빛이 반사돼 일렁이는 그런 바다였을까' '갑자기 밤바다가 보고 싶어질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화려한 조명의 바다였을까'
여하튼 잘못 찍은 사진 한 장이 ‘깜깜해야 밤바다지’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피곤한데 사진 찍는 시간은 길어지니 별 생각을 다하게 되더군요. ^^
밤바다를 좋아합니다. 파도치는 밤바다에 멍 때릴 때 큰 위로를 받습니다.
여수 밤바다를 일로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심술이 났나 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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