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우체통을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늘 거기 있었을 텐데도 개인적으로 쓰임이 없고 관심을 두지 않으니 보이지 않았을 수 밖에요. 파란 가을 하늘 빛과 대비되는 붉은 색이어서 눈에 띄었나 봅니다. 아니, 편지가 떠올려지는 계절이라 시선이 갔나 봅니다. 썼다 지웠다 하며 손으로 쓴 편지를 부친 기억이 십 수 년은 된 것 같습니다. 가끔 손으로 눌러 쓴 제 글씨가 낯설게 보입니다. 심지어 수첩에 긁적인 저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태까지 생겼습니다. '내 주위에 누구의 글씨를 기억하고 있나?' 생각해 보니, 당장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e메일과 카톡이 대세인 시대에 손으로 쓴 편지는 이벤트에나 출연을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편지 한 통 써서 부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또 '누구에게 쓸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손편지>
완연한 가을이 내린 거리를 걷다, 파란 하늘아래 유난히 붉어 보이는 우체통에 시선이 멈춘다. 손으로 눌러 쓴 편지의 기억이 까마득하다. e메일, 문자메시지에 밀린 '손편지'가 '이색편지'가 된 시대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손편지 한 통 써서 부치고 싶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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