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야근하며 이르면 23일 새벽에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게 그리 쉬운 거였나’ 간절히 바라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다음날 휴대폰 속보에 세월호의 선체가 드러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자위가 뜨거워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곧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런 걸 3년 동안이나...’
사진/이준헌 기자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불과 두 주일 만에, 인양 작업 이틀 만에 물 위로 올라온 부식된 배를 보며 허탈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인양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찔한 건 대통령 탄핵이 기각이 됐다면 인양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선체 인양이 탄핵 심판 결과에 달려있었다니 ‘세월호의 진실’을 누가 가리고 훼방하고 있었는 지는 자명해 진 것이지요.
아침 신문을 넘겨보다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밤새 불을 밝히고 인양작업을 하는 1면 사진과 검찰 조사를 받고 자택을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보고 활짝 웃는 박 전 대통령 사진때문이었지요. 또 수백 명의 생명이 물속으로 잠겨가던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여전히 감춘 채 자기는 기필코 살아보겠다고 검찰 조서를 밤을 새워 7시간 동안 꼼꼼히 읽었다는 기사를 보며 ‘악마’라는 단어를 젤 먼저 떠올렸습니다.
경향신문 PDF 캡처
세월호가 떠오르고 시민들의 마음은 다시금 그때의 큰 슬픔에 가 닿고 있는데 그 시간에 또 ‘올림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뉴스는 쌍욕을 부릅니다. 누가 그러데요. ‘그 머리 밀어버리고 싶다고.’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가 세월호 인양 뉴스를 봤을까요. 아니 그 시간에 드라마에 몰입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늘 우리의 상식이 닿지 않는 분이니까요. ‘이제 대통령이 아니니 내 책임은 없어’라는 악착같은 ‘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인양으로 진실도 인양되겠지요.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속히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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