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사진도 그날의 ‘야마(주제, 핵심)’가 있지요. 사진기자들은 짐작한 상황을 노리거나 나름의 해석을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되고, 지난 3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을 비난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여당 대표의 연설을 비판했지요. 두 사람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는 것이 이날 사진의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야당 대표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오후에 여야 대표가 함께 참석하기로 한 외부행사는 굳이 취재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지 않았습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던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였더군요. 아이들 눈에 정치인은 싸우는 사람일겁니다. 그는 여야 대표가 ‘아이처럼’ 웃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모양입니다. 사진 속 두 대표는 진행자의 주문에 손 마주잡고 서로 목과 겨드랑이를 간질이기도 했습니다. 두 대표의 모습은 해맑았습니다. 결국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록했던 사진들이 '파안대소의 여야 대표' 사진에 밀렸습니다.
기사에 사진을 꼭 맞출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기사처럼 맥을 짚는 사진이 들어갈 때 기사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기사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진을 찍지 못했을 때는 “사진을 꼭 기사에 맞춰야 하나?”하고 따지고, 딱 맞는 사진이 ‘팽’ 당할 땐 “왜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쓰는가?”하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내가 한 짓은 로맨스’라는 것이지요.
행사에 참여한 두 대표의 사진은 보기 좋았습니다. 마주보고 윙크까지 날렸으니 그 분위기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오전 연설에서 서로 적대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정치인의 사진이 찍힌 그대로의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보이는 사진’과 ‘읽히는 사진’이 다를 수 있지요. 여러 신문이 많은 사진 중 ‘파안대소’ 사진을 썼습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한 앵글 안에 양당 대표가 잡혔다는 것이고, 화끈하게 웃는 사진이 제일 먼저 편집자의 시선을 잡아끌었겠지요. 오전에 얼굴 붉히고 오후에 손잡고 웃을 수 있는 직업인은 정치인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에 대한 냉소를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예민한 지지자들은 대표들에게 “지금 웃을 때인가?”라고 쓴 소리를 뱉겠지요.
요즘 사진은 읽어야 할 때가 잦은 것 같습니다. ‘싸우지만 말고 사진처럼 함께 잘 해보라’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하지만, 마음과 같지 않은 행동이라는 ‘반어적'인 사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네 탓만 외친 여당 대표’라는 제목과 사진이 대조를 이룹니다. 사진 자체로 또는 사진이 기사 내에서 제목과 어떻게 어울리는 지 살피고, 이를 어떻게 읽을 지는 순전히 보는 이의 몫이겠지요.
yoonjoong